꼭 그래주세요.
1월 18, 2012
”꼭 그래주세요.”
오늘 ㅈ이 나에게 말했다.
네 번째다.
꼭 같은 저 문장을, 각기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말해줄 때마다 너무 좋다.
이건…
”너랑 여름 바닷가의 모래사장에 앉아 바나나잎에 밥을 싸 먹고 싶어” 같은 매우 특정한 문장을
서로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각기 나에게 와서 말해줄 때의 느낌과도 같다.
꼭 좋은 이론가/평론가가 되라는 말.
공부 열심히 하고 오래 이 판에서 함께하자는 말.
우선은 내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공부를 깊고 넓게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시한번 다잡는다.
공부가 부족해서 입을 열 수 없다는 생각에 계속 이런 식으로 뭔가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보면
여러가지 면에서 뒤처지고 결국은 내가 경계하는 선례들과 같은 결론으로 어쩔 수 없이 흘러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발언은 공부하는 사람이 도덕적 책임의식을 갖고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나 스스로부터가 무서워서 문장을 쉬이 내뱉지 못하는 나이지만
믿음과 기대의 표현이건, 당부이건, 빈말이었건.
그 말들을 기억하고 용기를 내어 입을 열겠다.
저는 잘 모릅니다, 더 공부하겠습니다.
라고 기꺼이 말하고 보충해나가는 것이 두렵지는 않으니까.
동지들은 어디에 있을까.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
동시대미술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좋다.
동지를 알아보기 위한 매서운 감각은 늘 살아 있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고 비슷한 시각으로 비슷한 세상을 보는 사람들 모두
부디, 단단하게 실력을 쌓고 생각을 주고받으며 얘기 나누고 공부하고 놀았으면 좋겠다.
모두들 꼭 그래주세요.
생일, 축하해요.
6월 12, 2011
어떤 고통도, 기쁨도, 결국은 나 혼자에게로 향하는 것임을 안다.
내가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가장 기뻐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다시 1년이라는 단위를 무사히 살아낸 것을 축하합니다.
잠들 때마다 조금씩 자서, 하루에 두세 시간을 잔 것이 오늘로 일주일째. 학기말 과제 때문이다. 거의 두문불출. 밥 먹을 시간도 아까워서 하루에 밥을 한두 번만 먹게 되었지만, 오늘은 아침밥을 먹으며 이것을 쓰는 여유를 가진다. 1년을 무사히 살아냈다는 것은 아무리 바쁜 중이라도 잠깐 멈춰 기념해야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스스로에게 준 생일 축하 선물은 잠이다. 지난밤엔 버틸 수는 있을 만큼 힘들었는데, 그냥 잤다. 재미있다. 살아있음을 축하하는 선물이, 최고의 휴식이자 유사 죽음인 잠이라니. 살아서 생각하고, 느끼고, 활동하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담이기도 한 것이다.
새벽에 눈을 떠, 꺼두지 않았던 랩탑 위에 다시 손을 올렸다. 메일을 확인했다. 올해 생일 아침을 열어준 타인의 인사는 다행히도 프로모션 메일 따위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보낸 이야기였다. 내가 최근에 특히 골몰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데다 그에 대한 어렴풋한 답까지도 제시해주는 글을 웹에서 읽었었다. 고맙고 반가운 마음에 글쓴이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기대하지도 않은 답장이 온 것이다.
어제까지도 전혀 닿지도, 알지도 못했던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응원했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상대가 누구인지, 우리의 대화 주제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특히 지난 일 년간 내게 있었던 변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나는 새삼 삶이라는 가능성의 시간이 고맙고 기뻤다.
스물 몇 해를 살아 오늘까지 이르렀다는 것은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다. 내년에도 생일을 맞고, 기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에게 다시 이만큼의 시간이 또 허락되기를 바란다. 그 사이에 다양하게 가능성을 탐색하고 기뻐할 수 있기를. 다른 살아있는 것들과 그 순간들을 나눌 수 있기를.